고금리 덫’에 걸린 저신용층에 완충지대 생긴다

고금리 덫’에 걸린 저신용층에 완충지대 생긴다

입력 2012-07-10 00:00
업데이트 2012-07-1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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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층 신용등급 10단계로 재분류해 ‘선별구제’

금융감독원이 서민들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인 ‘비우량(서브프라임) 신용등급 평가시스템’을 만든 것은 취약계층을 위한 ‘금리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저신용자의 등급을 더욱 세분화함으로써 같은 신용등급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신용이 좋은 차주(借主)에게는 더 나은 대출금리를 제공해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고 새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최근 은행과 비은행 간 대출금리 차이가 급격히 벌어지고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신용등급 시스템은 고금리에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사각지대’ 지대 놓은 서민들

은행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를 비교해보면 금리 완충지대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1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55.2%가 4%대, 28.9%가 5%대에 분포해 있다. 금리 4~5%대의 가계대출이 전체의 84.1%에 해당한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카드론 등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는 20~30%대가 일반적이다. 은행보다 무려 4~5배나 높다.

10%대 중간 수준의 대출금리는 실종된 상태다.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대출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한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은 2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2조8천억원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매년 상반기 기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가장 적다.

세계 불황에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쳐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든데다 지난해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나오고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탓이다.

그러나 은행이 가계대출을 조이면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등으로 밀려 금리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래저래 서민들은 고금리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민 신용평가시스템으로 ‘잣대’ 마련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서브프라임 신용등급이라는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내놓은 것은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을 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서민에 특화한 신용등급 체계를 활용함으로써 고금리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좀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평가시스템은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는 저신용자의 신용등급을 10단계로 재분류해 금융혜택을 차별화한다.

이 제도를 마련한 데는 서민금융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권혁세 금감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권혁세 원장은 지난 4일 금융경영인 조찬강연에서 “서민금융 활성화 지원책의 우선순위로 서민 특성을 반영한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신용등급 시스템은 저신용자의 등급을 세분화하고 보다 정교하게 평가해 더욱 적정하게 신용위험을 반영하자는 것”이라며 “이 시스템을 활용해 신용등급이 낮아도 빚 갚을 능력이 있고 그간 상환을 잘해온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서브프라임 신용등급이 은행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저신용층이라도 빚을 성실히 상환해 연체 우려가 적은 우량고객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잣대를 통해 대상을 선정하는 만큼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도 사그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관계자는 “기존 신용등급에서는 아예 대출이 거부됐던 사람들이 세분화된 신용등급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금리와 한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라며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오는 9월에는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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