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란산 수입금지” 불구 하향 안정세 전망 잇따라
국제 원유가격이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향후 수개월 안에 배럴당 74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하향 안정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내달 1일부터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한 데 대한 반발로 이란은 세계 원유의 17%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섰다.사우디아라비아 전 석유장관 셰이크 야마니가 설립한 글로벌에너지연구센터(GGES)의 레오 드롤러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현재 생산량인 하루 3150만 배럴을 유지하면 유가는 4분기쯤 74달러로 낮아질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는 59달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는 “유가가 배럴당 80~85달러로 떨어지면 OPEC이 생산량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가 90달러를 밑돌아도 사우디는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가 26일 전했다.
지난 25일 우리나라 유가의 지표인,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거래일보다 0.66달러(0.74%) 오른 89.81달러를 기록했다. 8월 인도분 북해산브렌트유 선물은 91.01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9.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중국·미국 등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가 국제유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내전으로 원유생산 시설이 파괴됐던 리비아와 이라크가 석유 생산을 재개 또는 증산하면서 OPEC의 생산량이 2010년 이후 최고조에 달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반면 핵프로그램 가동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올 상반기 하루 평균 수출량이 평년 같은 기간의 60%인 150만 배럴에 불과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혔다. 사우디는 최근 30년 만에 처음으로 하루 1000만 배럴 생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유가가 몇달간 배럴당 90달러를 밑돌아도 이를 감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2012-06-2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