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미행사건과 상속분쟁 연관있나

삼성-CJ, 미행사건과 상속분쟁 연관있나

입력 2012-02-23 00:00
업데이트 2012-02-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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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각 “삼성, 패소하면 경영권 승계 난망 우려 표출”

CJ그룹 이재현 회장을 삼성물산 직원이 미행했다고 CJ가 23일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7천억원대의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양사간 해묵은 분쟁이 본격적으로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소송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CJ를 포함한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소송이 끝까지 간다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경영권 승계에 타격을 주는 결과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삼성, 다급함의 표출인가? = CJ는 이 회장을 미행해온 삼성물산 직원 김모(42)씨를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개인이 독자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판단, 삼성그룹을 상대로 공식 사과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미행 사건’이 이맹희 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삼성의 ‘다급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하고 있다.

이맹희 씨는 지난 12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독식했다면서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4.12%)를 돌려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CJ의 추측대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번 일을 ‘사주’했다면 소송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측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이맹희 회장의 실질적인 소송 대리인이 이재현 회장일 것이라는 주변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삼성측은 공식적인 반응은 극도로 자제한 채 사실 관계부터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맹희 씨가 제기한 소송의 핵심은 이병철 창업주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명의 신탁한 차명 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실명 전환하면서 상속인인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독식했다는 것이다.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재산은 이건희 회장이 독차지해야 할 것이 아니고 이인희, 맹희, 숙희, 순희, 건희, 명희 등 6남매에게 골고루 법정 상속분으로 분배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더욱 주시해야 할 상황은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이재현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이번 미행 사건의 배경을 나름대로 풀이하기도 했다.

◇ 삼성, 최악의 시나리오는 = 삼성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이번 소송에 패해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무산되는 것이라고 증권업계에서는 풀이한다.

이맹희 씨는 삼성생명 주식뿐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도 인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맹희 씨는 소송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은 보통주, 우선주 10주만 인도할 것을 요구한 이유는 삼성전자 차명 주식이 일부 실명 전환 사실만 확인되고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도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형에서 작년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정리하면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수직구조로 바뀐 상태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이 지분율 20.7%로 최대주주고 삼성에버랜드가 19.34%로 2대 주주다.

이건희 회장이 만약 패소해 이맹희 씨가 요구한 824만주를 돌려주게 되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삼성에버랜드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는 보험지주회사가 되고,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보험지주사의 자회사가 된 금융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1천62만여주(7.21%)를 일부 매각하게 되면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의 지배구조 가운데 고리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맹희 씨가 승소해서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을 낮아져도 그룹 차원에서 삼성에버랜드 지분율을 함께 낮춰 이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형제들이 ‘선친의 재산이 장자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이맹희 씨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우다.

CJ가 이번 미행 사건에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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