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선 위협에 외환당국 ‘행동개시’

환율 1,200원선 위협에 외환당국 ‘행동개시’

입력 2011-09-23 00:00
수정 2011-09-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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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대기업에 외환시장안정에 협조 요청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위협하자 외환 당국이 마침내 적극적인 대응으로 돌아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3일 오전 7시30분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매도 개입에 나섰다.

재정부는 또 이날 주요 수출대기업의 재무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어 외환시장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시장안정을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외환당국 적극 대응으로 선회‥”1,250원은 막아 낸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거시정책협의회를 열어 “최근 외환시장 쏠림이 과도하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와 한은, 금융당국이 긴밀히 협조해 금융·외환시장 교란요인과 비정상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강도 높은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구두개입만 거듭하면서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했으나 1,200원선이 위협받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외환당국은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1,195.00원에 개장했으나 1분 만에 1,150원대로 급락했다. 환율이 장중 반등했으나 개입에 대한 경계감 등에 따라 오전 11시 현재 개장가보다 낮은 1,192~1,193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당국의 대응을 보면 지난해 5월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환율이 요동쳤던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환율이 1,150원선을 넘어서기 시작한 5월 7일부터 정부의 구두개입이 시작됐으며 1,250원선을 넘어선 5월 25일에는 정부가 3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매도개입이 시작됐다.

재정부는 지난 15일 환율이 1,150원을 넘어서자 은성수 국제금융국장이 1년 5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을 시작했다.

이어 20일에는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조정의 계기가 있을 것”이라며 곧 강도 높은 실제 개입을 예고했으며 사흘 만인 23일 매도 개입에 나섰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5월과 유사한 정부의 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달러 가치의 하락 전환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1,250원을 크게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행동 개시‥’필요한 조치’ 뭔가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만지작거리며 즉각 행동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서 언급한 쏠림 완화에 필요한 초기 조치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내 수출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듣고 필요 시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이들 수출업체에는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등이 망라돼 있다.

협조요청의 핵심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쌓아놓고 매도를 늦추는 ‘래깅’(Lagging) 전략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를 풀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시장안정 의지를 강조하면서 달러를 금고에 넣어두다간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혼란한 시장상황을 틈탄 ‘달러 사재기’가 투기세력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장의 지나친 쏠림에 대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그치던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천122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실탄’도 충분한 편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말 당시 2천396억달러에 비해 700억달러 이상 많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 ‘달러 가뭄’이 들 정도의 상황은 아닌 만큼 정부는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리먼 당시를 되짚어 보면 당국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당시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외화 스와프시장에 공급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해 무역업체에 외환유동성을 풀어 ‘당근’을 제공하는 한편, 외환딜링 부분에 불법거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 ‘채찍’도 꺼내든 바 있다.

정부는 다만, 제도적으로는 자본이동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취한 선물환포지션 한도 도입,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환원, 외환건전성 부담금 도입 등 3대 조치 외에 추가 조치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공조 발로 뛴다‥G20장관회의 주목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시장 불안이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둔화 등 글로벌 악재에 따른 것인 만큼 국제공조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신호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및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셰쉬런(謝旭人) 중국 재정부장,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과 연쇄 회동했다.

연쇄 양자협의에서는 양자 간 핫라인 구축 등 긴밀한 공조방안이 논의됐다.

박 장관은 특히 가이트너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선진국발 재정위기 여파가 신흥국으로 빠르게 전이되면서 한국 등 신흥국 환율이 대폭 절하되는 등 신흥국의 우려가 크다”며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정부 및 중앙은행 간 대화채널을 구축하고 시장안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G20 의장국으로서 제시한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논의를 조속히 완결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까지 동석한 한미 협의에서 “지금 시장은 마리아노 리베라 같은 구원투수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한 소방수 역할이 절실함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지시각으로 22일 저녁에 열리는 G20 재무장관 업무만찬과 23일 IMF 총회 결과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박재완 장관은 22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어떤 나라도 자국만의 노력으로 외환시장을 안정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동아시아 역내 금융안전망과 IMF의 기능을 강화하고 서로 협력하는 틀로 보강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의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체제(CMIM)의 규모를 현재 1천200억달러에서 2천400억달러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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