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는 눈먼 돈…개인카드 유흥비도 내줘”

“연구비는 눈먼 돈…개인카드 유흥비도 내줘”

입력 2011-09-20 00:00
업데이트 2011-09-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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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의원 “연구기관 예산 집행 관리 엉망”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연구기관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연구비 지출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이 20일 교육과학기술부 및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과부 소관 연구기관 및 출연연이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개인카드 지출을 연구비로 승인해 지급한 사례는 모두 2만2천141건, 29억1천300만원에 달했다.

현행 정부 및 공공기관 예산집행지침은 개인카드를 업무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고, 대통령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역시 “연구개발비 지출은 연구비카드를 사용하거나 계좌이체 형태로 이뤄져야 하며, 연구비카드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현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권 의원은 개인카드를 이용한 대표적 연구비 부당집행 사례도 소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속 한 교수는 2010년 성과발표회 출장길에 유흥주점에서 40만원을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지출 사유를 ‘회의비’로 적어 연구비 지출 승인을 얻어냈다.

KAIST에서만 회의비 명목으로 횟집, 식당, 커피숍 등에서 개인카드로 지출한 금액이 2010년 이후 2억8천800만원(3천194건)에 이르지만 전표상 사업자 업종 조회 등의 조사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게 권 의원의 주장이다.

고등과학원의 한 직원은 해외출장 항공권을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개인카드를 사용한 뒤 연구비로 처리했고, 다른 연구기관들에서도 노트북·아이패드·IT기기 액세서리 구입까지 연구비 명목으로 개인카드를 자유롭게 사용한 사실이 다수 확인됐다.

현재 교과부 훈령인 ‘교과부 소관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에 따르면 노트북·아이패드 등의 범용성 기자재 구입에는 연구비를 지출할 수 없다.

권 의원은 “연구비카드·경상비카드 등으로 법인카드 유형을 분류해놓은 것은 업무 형태나 지출 목적에 따라 예산이 정확히 사용됐는지 관리,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개인카드를 사용하면, KAIST 적발 사례와 같이 부당한 집행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구비 집행기관이 신용카드 회사와 계약하면 연구비카드 이용 금액의 0.7% 이상을 캐쉬백 형태로 국고로 되돌려받을 수 있지만, 개인카드를 쓰면 마일리지나 캐쉬백 등 이익이 직원 개인에게 돌아가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AIST 한 직원은 지난 7월 ‘모바일 하버(Mobile-Harbor)’ 사업에 필요한 연구용 바지선 취득에 따른 세금 무려 1천130만원을 개인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매우 중요한 지적으로, 개인카드 사용 실태 파악에 나선 뒤 부당행위가 적발되면 지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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