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의 불합리한 수수료 관행 개선을 강하게 요구함에 따라 카드업계가 후속 조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30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권혁세 위원장은 이날 신용카드사 사장단과 조찬간담회에서 각종 수수료와 금리 가운데 불합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권 위원장이 지적한 부분은 리볼빙(revolving: 사용액 일부를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눠 갚는 방식) 서비스와 신용카드 연체 금리, 연회비 부분이었다.

리볼빙의 경우 현재 24.0%(약정금리 17.9% 미만)와 29.9%(약정금리 17.9% 이상) 두 단계로 적용되는 연체금리를 21.9%(약정금리 17.9% 미만), 25.9%(약정금리 17.9∼21.9% 미만), 29.9%(약정금리 21.9% 이상)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에서 카드를 쓸 때 이용금액의 0.1∼1.0%를 이자 성격으로 챙기는 ‘환가료’도 부과 근거가 부족하다며 폐지를 요구했으며, 카드를 중도해지할 때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연회비를 돌려주지 않는 관행은 부당하다며 시정을 요청했다.

카드사 사장들은 이날 권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는 분위기였으며, 전반적으로 별다른 의견을 개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했던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권 위원장이 당부하고 카드사 사장들은 듣는 자리였다”면서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 개선과 더불어 고객 정보 보호, 카드 발급시 본인 확인 강화 등을 집중적으로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권 위원장의 요구가 타당한 면도 있으나 업체 수익성과 밀접히 연관된 부분이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는 그동안 동반 성장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수수료 인하를 단행해왔기 때문에 추가로 내리거나 폐지하기에는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수수료 인하를 강력히 요청함에 따라 카드사들 또한 조만간 일정 부분 수수료를 내리면서 성의 표시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수수료 면에서는 내릴 만큼 내린 상황이고 업체 간의 경쟁으로 수익성도 좋지 않은 상태”라면서 “수수료를 내리기보다는 사회공헌 쪽으로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