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재·기득권 안주가 위기 자초

컨트롤타워 부재·기득권 안주가 위기 자초

입력 2011-08-19 00:00
수정 2011-08-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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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IT강국 한국 왜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휴대전화 사업부문) 인수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 ‘구글 쇼크’로 불리는 거대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제 국내 IT 기업들도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관점을 총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T 컨트롤타워 부재와 대기업들의 기득권 안주가 오늘날의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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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쟁력 상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1세기 들어서면서 ‘닷컴 버블’ 붕괴로 고전하던 미국 실리콘밸리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이에 편승한 징가(2007년), 그루폰·트위터(2008년) 같은 거물급 벤처기업들이 생겨나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이러한 열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 맞물리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예외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게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IT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 이를 조기에 상용화하는 데 앞장섰던 정통부가 사라지면서 플랫폼 구축 능력이 떨어져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시기에 애플과 구글은 자신들을 생태계의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삼성·LG 등 국내 업체들은 플랫폼 기업에 좌지우지되는 ‘반쪽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4세대(G) 통신기술인 ‘와이브로’를 개발하고도 플랫폼 주도권을 경쟁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빼앗겨 고전하고 있다.

실제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43.4%에 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독자 플랫폼인 ‘바다’는 1.9%에 머물고 있다. 국내 업체들조차 ‘경쟁 업체인 삼성에 자신들의 하드웨어 핵심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바다 OS 채택에 미온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우리 IT 기업들이 미국·유럽 업체들과 1대1로 싸워 플랫폼 경쟁에서 이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주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지금부터라도 IT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 정통부 같은)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후진적 행태도 한몫

IT 업계의 거대한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하고 기득권 안주에 매달리는 국내 IT 대기업들의 후진적 행태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이 2003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개발해 놓고도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의 반대로 출시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통사들은 앱스토어 개념의 ‘애니콜몰’ 등을 보며 “왜 제조업체가 이통사업자들의 영역을 넘보느냐.”며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이통사와 제조사 간 밥그릇 싸움 과정을 지켜보던 애플이 2007년 먼저 아이폰을 내놓게 됐다. 이후 국내 이통사들은 애플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무선인터넷망을 개방당하게 됐다.

1999년 벤처기업이던 새롬기술은 세계 최초로 ‘다이얼패드’라는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이 서비스는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보다는 주가관리에만 열을 올리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다이얼패드 사업은 미국 야후에 인수됐고, 당시 다이얼패드 임원진이 구글로 넘어가 구글 보이스 서비스를 맡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경우 될성부른 벤처 서비스가 나타나면 이를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사들여 상생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그대로 모방한 서비스를 내놔 고사시켜 버린다.”며 국내 IT 시장의 위기를 진단하기도 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08-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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