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家 5천억 출연…재벌 사회공헌 확대될까

범현대家 5천억 출연…재벌 사회공헌 확대될까

입력 2011-08-16 00:00
수정 201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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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개인 위주의 새로운 기부문화 전기될 듯

범 현대가(家) 그룹사들이 모여 5천억원 규모의 사회복지 재단을 만들기로 한 사실이 15일 알려지면서 재계에서 거액 기부나 복지 재단 설립 등 사회공헌 움직임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 설립되는 ‘아산나눔재단’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8.15 경축사’에서 새로운 화두로 제시한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과 맞물려 재벌 기업들의 사회공헌 참여를 늘리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범 현대가의 장자격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이번 사회복지 재단 구성에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도 하다.

◇ 자발적 상생 참여..기부문화의 새 이정표 = 범 현대가의 사회복지재단 출연은 지금까지 진행됐던 재벌들의 사회공헌 사례와는 사뭇 차원이 다른다.

적지 않은 재벌기업들의 경우 물의를 빚은 사건 이후 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후약방문’식으로 사회공헌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범 현대가의 ‘아산나눔재단’에 참여하는 그룹사들을 보면 오너 일가 뿐 아니라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 최근 검찰이나 사정 기관의 표적이 됐다고 알려진 곳이 없으며 불미스러운 소문도 들리지 않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사회공헌 주체가 기업이었던 것과는 달리 아산나눔재단의 경우 오너들이 출연한 사재가 주된 재원인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조지 소로스와 같은 기업인 개인 위주의 기부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직계 후손과 형제, 조카들이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한 뜻있는 사업을 논의한 끝에 시대적 화두인 ‘나눔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는게 재단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범 현대가의 사회복지재단 출연은 이른바 ‘난국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이 아닌 ‘자발적’ 상생 동참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봐도 무방하다는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아울러 범 현대가의 5천억원대 복지재단 구성이 알려지기 직전인 15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교롭게도 ‘공생발전’을 새로운 화두로 제시함에 따라 이번 출연이 재벌 기업들의 사회공헌 확대로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번영으로 진화하는 시장 경제의 모델이 요구된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하면서 범 현대가의 이번 복지재단 출연이 다른 재벌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복지 기여도를 더 높이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범 현대가의 자발적 사회복지재단 출연은 액수 뿐 아니라 대표적인 재벌 오너 일가의 대대적인 참여라는 측면에서 볼 때 향후 다른 재벌 기업들의 사회공헌 참여를 늘리도록 하는 일대 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 현대차.현대그룹 왜 제외됐나 = 범 현대가의 장자격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이번 사회복지 재단 구성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산나눔재단측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불참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건으로 인해 촉발됐던 갈등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오너가의 일원들이 이들 그룹에 5천억원대 사회공헌 프로젝트 합류를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누르고 우선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 자금의 성격을 두고 논란을 겪다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고 결국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됐다.

올해 초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덤’으로 딸려온 현대상선 지분 문제를 놓고 두 그룹 간, 다시 말해 시숙인 정몽구 회장과 제수인 현 회장 간 갈등이 촉발돼 아직 깔끔하게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1천5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해 2007년 11월에 설립한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을 두고 있어 추가로 범 현대가 차원의 사회복지 재단 참여 의사를 타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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