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국금융 해외서 길 찾다] ⑥ “현지화로 중국시장 장악” 외환은행

[글로벌 한국금융 해외서 길 찾다] ⑥ “현지화로 중국시장 장악” 외환은행

입력 2011-07-27 00:00
업데이트 2011-07-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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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진출 19년 노하우로 ‘황금알’ 소매금융 잡는다

세계가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경제권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해 줄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금융업계는 특히 더하다. 글로벌 위기 이후 중국이 보여 준 엄청난 성장속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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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중국 은행업계의 연 평균 자산 증가율은 19.2%에 이른다. 2003년 27조 6000억 위안이던 은행업계 총 자산이 지난해 78조 8000억 위안으로 3배에 육박한다. 중국 금융회사의 총 자산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대륙의 위세를 업고 홍콩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거래소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약 54조원으로 2009년에 비해 108% 증가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한국의 약 3배다. 당장 중국에 뛰어들기만 하면 돈을 벌 것만 같다.

●빨리 먹는 떡이 체한다… 19년을 준비

하지만 급하게 중국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바로 성과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자칫 큰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외환은행은 다른 국내 은행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외환은행은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뒤 국내 은행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

베이징, 톈진에 이어 1995년에는 동북 3성 지역 전초기지인 다롄에 지점을 세웠다. 모두 한국 최초의 지점이다. 하지만 이후 외환은행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무리해서 지점을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환경이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 까다로운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톈진에 현지법인(외환은행 중국유한공사)을 설립했다. 기존에 있던 베이징, 톈진, 다롄, 상하이 지점은 분행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3개 출장소는 지행으로 바꿨다. 현지 진출 19년 만이다.

이런 신중한 움직임은 홍콩에서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1967년 1월 은행 창립과 동시에 한국은행 홍콩사무소를 인수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2년 만인 2009년 7월에야 홍콩의 IB 현지법인 환은아세아재무유한공사(KAF)를 세웠다.

●내년이 터닝 포인트

오랜 담금질을 거친 외환은행은 앞으로 5년을 도약과 성장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외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중국 내 소매금융이 사실상 시작되는 내년을 큰 전환점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교민, 주재원, 유학생이 아닌 13억명이나 되는 중국인 모두와 예금·대출 거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우선 도시에 거주하는 조선족을 주 고객층으로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이미 한국에서 외환은행과 거래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게 큰 밑천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타깃은 현지 부유층이다. 중국에서는 부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1000만 위안(약 18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87만 5000명에 이른다. 프라이빗 뱅킹(PB) 시각에서 보면 ‘물 반 고기 반’인 셈이다. 고객도 철저히 현지화 전략으로 모을 계획이다. 중국이 ‘관시’(관계의 중국어 발음) 중심의 사회라는 점을 감안, 현지인 기업금융전담역(RM)을 채용해 기업고객도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중국대륙과 금융허브인 홍콩을 하나로 묶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홍콩 KAF는 2009년 7월 영업을 개시한 이후 탄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만큼 업무영역도 유가증권 인수 업무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상현 외환은행 중국 현지법인장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2009년 말 기준으로 1.71%에 불과한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에서 제한된 자본과 규모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면 주요 활동지역과 대상을 명확히 하고 인력과 상품도 철저히 현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톈진·홍콩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11-07-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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