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은 문제의 원인 아닌 ‘결과’

게임 중독은 문제의 원인 아닌 ‘결과’

입력 2011-04-18 00:00
업데이트 2011-04-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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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처벌보다는 종합적 접근 필요”

우발적인 사회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임 중독이 실제로는 환경적 요인의 결과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더욱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임 중독을 막으려면 청소년들을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내모는 환경적 결핍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8일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에 따르면 게임 중독의 원인으로 경제적 빈곤, 정서적 결핍 등 환경적 요인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

지난달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10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통해 한부모가정과 저소득가구 자녀의 인터넷 중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부모가정 자녀의 고위험사용자군 비율은 6%로 양부모가정(2.8%)의 두 배가 넘었으며 평균소득 100만원 미만 가정의 중독률은 11.9%를 기록해 500만원 이상 가정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고위험 사용자군 비율도 급격하게 높아졌다. 평균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 고위험군 비율은 3.7%에 달해 0.8%를 기록한 500만원 이상 가구의 고위험군 비율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사회 취약계층의 인터넷 중독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빈곤의 대물림 등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이용에 대한 인식 및 행동진단 모델 연구’에서도 같은 내용의 결과가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중독 위험군은 청소년의 가족관계 및 부모 양육태도, 학교 생활환경, 자결성 및 자존감 등 총 5개 영역에서 일반 사용자군에 비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특징을 보였다.

보고서는 “게임 문제를 전반적 생활 문제에서 분리해 배타적으로 다루는 접근은 유효성이 크지 않다”면서 “일상적 생활환경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부모, 교사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셧다운제는 극단적, 폐쇄적, 저비용 전략”이라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전면적 셧다운제의 성급한 도입보다는 합리적 선택을 위한 과학적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게임 중독이 원인이라고 알려진 끔찍한 사회범죄의 이면에는 정상적인 개인을 게임 중독으로 내몬 정서적 결핍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어머니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의 가정은 10년간 별거 중인 한부모가정이었다. 현장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게임에 빠진 자신을 질타하는 내용의 일기장과 메모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비디오게임을 벌이다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20대 청년 역시 미국의 유명 주립대에 입학했지만 적응에 실패해 귀국한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였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상담 시스템과 건강한 여가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대안”이라며 “게임을 못하게 하면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올라가고 사회범죄도 줄어들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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