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곳서 번역 오류… 누더기 FTA 협정문

207곳서 번역 오류… 누더기 FTA 협정문

입력 2011-04-05 00:00
업데이트 2011-04-0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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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 수혈’ ‘즉시 포장 → 포장’ 오역… ‘공작기계 → 공자기계’ 오타까지

외교통상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한글본을 재검독한 결과 207곳의 오류가 발견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제기한 오류 160개보다 많은 것이다.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한·EU FTA 협정문 재검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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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앞)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한글본 번역 오류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김종훈(앞)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한글본 번역 오류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김 본부장은 번역 오류의 책임을 물어 국·과장급에게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한글본 번역 오류와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감사 결과 책임의 경중에 따라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협정문에서 무더기 오류가 최종 확인된 만큼 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이미 제출한 비준동의안을 철회하고 수정안을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협정문은 한글 번역 오류로 인해 국무회의 의결 세번, 국회 제출 세번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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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올해 들어 대외 무역여건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 업계가 기대하는 대로 오는 7월 한·EU FTA가 잠정 발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추후 10여개의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4월 국회에서 협정문이 통과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2월 중순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가 협정문 번역 오류를 처음으로 지적했을 때 바로 수정을 했어야 했다는 질문에는 “당시 협정문 영문본을 공개한 지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지적한 부분만 고치면 될 줄 알았는데 오류가 계속 나오면서 (번역 전체를 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총 15개의 장(chapter), 1279쪽 분량의 협정문에서 총 207건의 번역 오류가 발견됐다. 잘못된 번역 128건, 잘못된 맞춤법 16건, 번역 누락 47건, 번역 첨가 12건, 고유명사 표기 오류 4건 등이다.

‘이식(transplant)’은 ‘수혈’로 잘못 번역됐고, ‘광택재’를 ‘고아택재’로, ‘공작기계’를 ‘공자기계’로 표기하는 등 한글 오타도 있었다. 특히 고유명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경제개발협력기구’로 잘못 옮기기도 했다.

‘즉시 포장(immediate packings)’을 단순히 ‘포장’으로 잘못 번역한 경우는 83곳에 달했다.

외교부는 EU 측과 한글본 오류를 잡는 것을 협의문의 ‘개정’이 아닌 ‘정정’으로 합의한 외교공한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 ▲번역 인원과 작업 시간 부족 ▲외부 전문가 검증 과정 생략 ▲체계적인 검독시스템 미비 등을 번역 오류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1-04-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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